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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혈당 측정기(CGM - 덱스콤 G6) 2달 후기

조하뚜 2021. 12. 30. 17:08

1형 당뇨 진단을 받고 꽤 오래 CGM을 착용하지 않았다.
직장을 다니는 나에게도 한 달에 2-30만 원이라는 가격은 큰 부담이 되었다.
그런데 올해 7월 휴온스사의 가격인하로 한 달에 11만 천 원(G6기준 )으로 CGM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병원 내분비내과는 큰 병원이지만 1형 당뇨 환자 수가 적다.
그래서 스스로 알아보고 외래에 처방전을 작성 요청하여 휴온스에 대리 청구를 신청했고
두 달 전 부터 착용하게 되었다.
신청 방법은 유투브나 타 블로그에 너무 잘 정리가 되어있어서
이 글에서는 실제 착용하고 난 후 느낀 CGM의 장단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장점
1. 마음과 몸이 편해진다.
5분마다 혈당을 핸드폰으로 전송해주기 때문에 궁금할 때마다 편하게 혈당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 워치에 연동하면 애플 워치 바탕화면에서도 바로 혈당이 보인다.
정상 범위 내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보여드리기 위해 애플워치 화면을 촬영해보았다.
걸어가면서도 내 혈당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사물함까지 가서 가방을 열고 물품을 꺼내고 채혈침을 넣고 소독하고 채혈하고 혈당을 측정하고
지혈하고 물품을 정리하고 나오기.'를 애플 워치 한번 들여다보기로 줄여준 것이다.

2. 추후 혈당 예측 가능
지금 내 혈당은 77에서 화살표가 밑으로 가고있는데 저 화살표는 분당 2-3mg/dl만큼 혈당이 감소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즉 30분 후 내 혈당은 60-90mg/dl이 감소할 거라는 뜻이다.
마침 방금 알람이 울렸다.

20분 후에 혈당이 55mg/dl이 될거니까 얼른 대처하라고 한다.
피크닉 사과맛 음료를 하나 먹어주었다.
애플워치를 차고 있으면 애플 워치에서 알람 혹은 진동이 울린다.

마찬가지로 고혈당의 경우도 급격히 상승하면 알람이 울리고 우리는 인슐린을 맞던지 운동을 하던지하는 방식으로 대처를 할 수 있다.

3. 하루동안의 혈당 수치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말초 채혈은 계속 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복시간, 매식 전, 식후 2시간 후, 자기 전에 측정하도록 권고하는데
이 6-8번 측정도 사실 챙기기 힘들다.
특히 일하면서는 1분도 안 걸리는 이 루틴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렇게 불편한 과정을 거쳐도 매식전, 식후 2시간 측정하면 그 사이의 혈당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300을 찍고 내려와서 식후 2시간에 120이 된 건지
계속 평탄하게 유지하고 120이 된 건지 알 방법은 없다.
반면에 CGM의 경우는 내가 식사를 시작하면 수치, 그래프로 혈당이 상승하는 게 눈으로 보인다.
(물론 CGM은 간질액으로 혈당을 측정하기에 부위에 따라 10분 이내의 delay가 발생한다.)
심지어 내가 핸드폰을 몇 시간 꺼둬도!
켜면 그 몇 시간 동안의 혈당을 그래프로 기록해 놓는다.

4. 꽤나 정확한 수치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CGM이더라도 하루 2회 실제로 말초 혈당을 채혈해서 채혈 값을 입력해서
보정해주어야 했다.
그건 CGM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는데,
G6는 보정이 되어서 나왔기 때문에 10일간 한 번도 보정하지 않은 경우도 꽤 됐다.
궁금해서 말초 채혈 값과 비교해본 적도 있는데, 정말 정확하다. 세상 좋아졌다.

5. 운동을 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 실시간으로 혈당이 떨어지는 게 보이니까 운동을 하게 된다.
실수로 초속효성 인슐린을 깜빡하고 안 들고나간 적이 있다.
혈당이 300이 넘는 수치가 나왔고
남자 친구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동안 미용실 계단을 올라서
300에서 90으로 30분 만에 혈당을 낮췄다.
심지어 긴급 혈당 하락 알람도 울렸다.

너무 좋은 CGM 단점은 없을까?

1. 피부 트러블
G6의 경우 접착제가 하이퍼픽스와 유사한 재질이다.
나는 하이퍼픽스에 알러지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G6의 테이프 부분을 자르고 사용한다.
위에 테가덤을 부착해보기도 했다.
추가로 테가덤에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그래서 페하프트를 적용하고 있다.
페하프트는 고정력이 떨어지고 방수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렵고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테가덤, 하이퍼픽스보다는 낫다.
CGM 사용자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피부 트러블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 나오길 바란다.
CGM 제거 후에도 제거 부위가 빨갛게 자국이 남는다.
처음에는 트러블 때문에 계속 사용 못하겠다 싶을 정도였다.

2. 알람
알람은 꼭 필요한 기능이다.
우리가 저혈당, 고혈당 알람 setting을 할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긴급 저혈당 알람의 경우는 끌 수 없게 되어있는데
삐익! 삐익! 하는 매우 듣기 싫은 큰 알람이 울린다.
나의 경우에는 마냥 조용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기에 큰 문제는 없는데
다른 분들은 많이 신경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이나 공공장소에서는 휴대폰을 꺼놓기도 한다.

3. 인슐린 펌프와 연동 안됨
아직 CGM과 인슐린 펌프가 연동된 국내 제품은 없다.
이 말 뜻은 아무리 CGM에서 고혈당이 체크된다고 한들 인슐린 펌프에서 스스로 인슐린을 넣어주지 않는다.
CGM에서 저혈당 알람을 계속 울린다고 한들 인슐린 펌프에서 인슐린 주입을 멈추지 않는다.
두 개가 연동이 된다면 그게 바로 인공 췌장 시스템이 된다.
이오플로우에서 휴온스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니, 똑똑한 CGM, 인슐린 펌프가 곧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4. 의존
계속 핸드폰 화면을 보게 된다.
알람이 안 울리면 안 보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알람이 울리고 나면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고혈당 알람을 250으로 설정해두면
2시간 전부터 180에서 천천히 올랐는데 알람은 지금 울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2시간 동안 혈당이 180 이상이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고혈당 알람을 160으로 설정해두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5. delay
아까 위에서 설명했듯이 실제 혈액으로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delay가 발생한다.
2021 대한 내과학회에서 레지던트 3년 차 대상으로 CGM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때 냈던 문제가 이것이다.
'저혈당 알람이 울려서 쥬스 한 컵을 마셨다. 5분 후 CGM에서 측정된 값은 65로 변함이 없었다.
그때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
답은 '기다린다.'였다.
10분 정도의 delay가 있기 때문에 내가 쥬스를 마셨다고 해서 바로 그 값을 반영해주지 않는다.
긴급한 상황이라면 말초 혈액을 통해 혈당을 재봐야 한다.
저 때 CGM값만 보고 쥬스를 또 마시게 되면, 곧 고혈당 알람이 울릴 것이다(저혈당->당분 섭취->고혈당->인슐린 추가 투여->저혈당의 악순환 발생)
CGM 착용 환자라면 이 delay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6. 실첵값과의 차이가 크게 날 때가 있다.
휴온스사에서는 배에 CGM을 부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또 덧붙여 CGM 부위 근처에는 인슐린을 투여하지 말라고 한다.
1형 당뇨 환자들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인슐린을 돌아가면서 맞아야 하고
CGM을 어느 한 곳에 부착했다고 해서 반대편에만 맞을 수는 없다.
휴온스사에 문의하였더니 복부지방이 적은 사람은 팔에 부착할 것을 권고했다.
나는 CGM을 쭉 팔에 부착했는데, 같은 팔이라도 내측 외측에 따라 CGM이 크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외측 부착의 경우는 보정 없이 10일간 사용했는데
내측에 부착하자 2일 동안 긴급 저혈당 알람이 수시로 울렸다.(실제 채혈 값에서는 정상 값)
그래서 1번 센서를 교환받기도 했다.
당뇨 환우회 카페에 보면 '첫날은 버린다.'라는 말이 있다.
첫날 부착했을 때 혈당 수치는 못 믿기 때문에 버린다는 뜻이다.


쓰고 보니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CGM이 주는 편리함은 이 단점들을 다 용서할 만큼 크다.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도 과거의 CGM만큼 지금은 비싸다.
하지만 보험 적용이 확대되고 세상이 좋아진다면
CGM처럼 합리적인 가격이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