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을 되돌아보며(4년차, 공부와 인내의 시간)
누가 병원은 많이 그만둬서 신규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는가, 내가 일하는 병동은 퇴사자가 유난히 없었다. 일년동안 한명도 없던 해도 있어서 간호부 라운딩때 칭찬도 해주셨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그뜻은.. 난 계속 막내라는 거다.
후배가 두명있기는 한데 같이 일하는 날은 거의 없어서 사년차때도 막내잡을 하고있다.
물론 막내는 책임질 것이 없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또 바꿔말하면 중요한 일은 안 맡긴다는 뜻도 된다. 대학때 항상 붙어다니던 두 친구가 있는데, 한명은 3월에 타병원에 입사했고, 한명(튤립간호사)은 나와 같은 달에 같은 병원에 입사했다.
같은 사년차에 경력도 차이가 없는데 그들은 병동 차지를 맡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막내인데 말이다. 또 이번달부터는 둘다 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나는 트레이닝 순번이 오려면 아직도 몇년이 남았다.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이 전혀 없이 그냥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게된 것도 있는듯하다. 나의 공부 메이트는 두명이 있는데, 대학동창인 튤립간호사와 시험 준비를 하고있는 남자친구인 행풍(행복한 풍선)이다.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건 참 힘이된다. 데이를 마치고 공부를 하거나 이브, 나이트때는 출근 두시간 전에 스터디카페에 가서 짬 공부를 한다. (쉬는 날에는 더 오래 하려고 한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좋은 점은 다음과 같다.
1. 이유를 모르고 일하는 경우가 적어졌다.
-> 이 약이 왜 추가가 되었고 왜 이 처방이 났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고 일할수 있다. 예를들면 anti가 추가된 이유.
2. 보호자와 환자의 질문에 얼버무리지않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 왜 이렇게 몸이 부었죠~? 하며 걱정하는 말에, “환자분 컨디션이 안 좋고 수액을 맞으면 원래 부어요. 신장도 안좋으시잖아요” 대신 “저나트륨혈증이 동반되는 부종에는 원인이 여러가지가있어요. 환자분 입원하셔서 그 원인을 알기위해 심장초음파를 통해 심장 기능도 알아봤고 피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신기능과 간기능도 평가해봤어요. 그런데 심부전, 신질환, 간경변을 시사할 검사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다 좋으시더라고요. 그렇다면 남아있는건 약물로 인한 부종과 영양부족 즉 단백질 부종이에요. 우선 신장내과 협진을 통해 부종을 일으킬수 있는 약물인 싱귤레어와 피레스파(퍼페니돈)는 중단하였고요. 너무 못드셔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서 점심부터는 담당 선생님께서 당뇨식 대신 일반식으로 신청해달라고 하셨어요.”라고 자세히 알려드릴 수 있게 되었다.(실제 사례다.)
3. 의사와의 관계에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
-> 삼년차때 친한 레지던트 선생님이 나에게 “오늘 내과 000선생님이 나한테 선생님 칭찬을 했어요. 그 병동에 진짜 똑똑한 선생님 있다고 하면서 일화를 얘기해주더라고요.”라고 했다. 심지어 요새도 종종 000선생님은 내 얘기를 한다고 했다. 실제로 000선생님은 항상 내 노티에 웃으며 대답해주신다. 병동에서 막내인데도 내 의견을 무시하지 않으신다.
사실 언제까지 공부가 내게 에너지가 되어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은 공부가 재밌으니까, 계속 해보려고한다.
요새는 부정맥스페셜리스트가 되고싶다는 꿈이 생겨서 카디오 공부를 열심히 하고있다. 요새 좀 헤이해졌는데 다시 집중해봐야겠다! 아자자!
그냥 책으로 읽는것도 좋지만 공책에 정리하고 계속 복습하는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