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을 되돌아보며(1편 눈물겨운 신규 시절)
다음 달이면 5년 차가 되는 나 자신이 신기하고 이상하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지난 5년을 회고해보자 한다.
2017년 6월, 졸업 후 로컬병원의 쓴맛을 맛보고 있을 때쯤. 웨이팅 하고 있던 대학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내과병동으로 일주일 후에 출근하란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설레고 두근거린다. 드디어 내가 직장에 다니다니! 인터넷에 '사랑받는 신규 팁'을 검색해서 읽어보고 같은 병원에 미리 입사한 대학 동기에게 자료를 받아 공부도 해본다.
간호사 용품을 파는 쇼핑몰에 들어가 예쁜 펜과 공책들도 주문한다.
입사 당일, 간호부에 들러 인사를 하고 내가 일할 병동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는다.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내게 인사를 건내지 않지만 심지어 해도 받아주지 않지만, 먼저 하지 않으면 혼이 나는' 신규가 된 거다.
여기서부터 나의 소망인 '사랑받는 신규'에서 크게 벗어나기 시작한다.
병원마다, 또 병동마다 다르지만 한달간의 액팅(바이탈, BST 머신) 기간과 두 달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고 독립을 했다.
아직도 '수습기간'이라는 제도가 거의 모든 병원에 남아있는데, 3달간의 수습기간동안에는 백사십오십 정도의 기본급만 준다. 다른 일반 회사들도 이런 걸까? 새삼 궁금해진다.
신규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벤트들이 많았는데, 공개적인 블로그에 적을 수는 없을 듯하다.
인터넷에 가끔 '태움 썰'이 올라오는 걸 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이다.' 정도로만 답하겠다.
어쨌든 신규들이 궁금한 건 이것일 것 같다. "그래서 괜찮아지나요?"
본인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점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괜찮아지는 듯하다.
나 역시 그 시절들을 지금은 잊고 지낸다. 가끔 누군가가 "예전에 그 선생님이 너한테 이랬잖아~"하면 "맞아!! 그런 일도 있었지!" 할 정도로 말이다.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점점 달라진다. 나만 보면 노려보던 선생님과도 웃으며 개인 톡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고, 내 인사를 받지 않았던 선생님과도 힘든 듀티를 함께 겪은 날에는 치맥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떠난다. 퇴사든 로테든. 그런 말이 있지 않는가, '존버는 승리한다.'같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감에 빠져 집에 오면 야식을 시켜먹고 계속 자고 출근하는 등 바이오리듬이 깨진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다. 출근하기 싫어서 울기도 하고 친구와 한강을 계속 걸으면서 한탄도 했다. 그래.. 그때 정말 많이 걸었다.
무엇보다도 내게는 '병동 동기'가 없었는데, 간호사라면 모두가 동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거다.
대신 바로 윗년차 3명 선배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동기가 없는 나를 항상 챙겨주고 데리고 다녔다.
심지어 "나를 동기로 생각해"라는 말까지 해줬는데, 이건 정말 어려운 거다. 그들도 드디어 후배가 한 명 생긴 건데, 그걸 포기하고 동기로 생각해준다니.. 보살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된다.
그들이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는 듀티는 거의 없었다.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곳에 계속 가야 한다는 건 상당히 큰 의지가 필요하다.
선배들은 대화에 나를 끼워주지 않았고, 어쩌다 내가 대화에 참여하면 "네가 뭘 알아"라는 식으로 쳐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들도 내가 낯설었겠지.. 싶다.
1년간은 병원에서 입을 닫고 지냈던 것 같다. 수선생님과의 첫 면담에서도 말 좀 이제는 하라고 하셨으니..
1년간의 시간 동안 일은 많이 늘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매일 하는 일인데 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하지만 스트레스는 그대로였고 더불어 독립한 지 1년 후 내 인생에 최대의 시련이 찾아오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 그때 일에 대해 자세히 적어보도록 하겠다.